안재욱-성장·일자리와 李정부 첫 예산지침


동문기고 안재욱-성장·일자리와 李정부 첫 예산지침

작성일 2008-05-19

<포럼> 성장·일자리와 李정부 첫 예산지침
 
- 안재욱 (경제75/ 28회) / 경희대 교수·경제학, 美 오하이오주립대 방문교수 -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말 ‘2009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발표했다. 작은 정부를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천명한 이명박 정부가 수립한 첫번째 예산안 편성지침이라 특별히 관심이 간다.

우선, 정부 예산의 10% 절감과 임기 내 균형재정을 위해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의 30%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목표가 눈에 띈다. 그동안 GDP 대비 정부 지출 비율이 김영삼 정부 21.5%, 김대중 정부 24.5%, 노무현 정부 29.6%로 계속 증가해왔다.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이전에는 평균 10% 이하였던 국가채무 비율이 김대중 정부와 노 정부 때 각각 19.5%와 33.4%까지 급증했다.

정부 지출 증가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 지출을 늘리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든지 채권을 발행해 빚을 얻어서 마련해야 한다. 돈을 거두고 관리하는 데 비용이 들고, 또 여러 가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중간에 많은 돈이 새어 나가 민간에 놔두었으면 효율적으로 사용됐을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돼 경제 성장이 방해받는다. 실제로 정부 지출이 급격히 증가한 지난 10년간 경제성장률은 3, 4%대에 불과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예산을 절감하고 국가채무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적극 환영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복지제도의 개선이다. 노 정부는 지난 5년간 경제적 약자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분배 위주의 복지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그 비용으로 사회복지와 보건 분야 지출을 매년 11.3%씩 늘려 왔다. 정부 전체 총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 정부가 얼마나 분배에 치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과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의 생활 수준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소득 불평등도가 악화했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2002년 69만여가구에서 2007년 83만여가구로 늘고 지니계수가 2002년 0.312에서 2007년 0.352로 높아진 것이 이를 대변한다.

복지제도에서 중요한 것은 복지 지출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내용이며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분배 위주의 복지정책이 강화될 경우 정부의 간섭이 심해져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 실업이 증가한다. 노 정부 내내 청년 실업이 늘고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실업이 증가할 경우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쪽은 부의 축적이 적고 임금으로만 생활 가능한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자리를 잃으면 빈민이 된다. 따라서 빈곤층을 위한 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이며, 일자리는 경제가 성장해야 만들어진다.

물론 우리 사회의 극빈자·노인·장애인 등 정말 생활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복지제도는 꼭 필요하다. 따라서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제도는 잘 마련되고 지속돼야 한다. 그러한 제도가 지속되기 위해서라도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적절치 않은 복지제도를 없애고 정부의 씀씀이를 줄여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의 지침 내용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계속 더 감세해야 한다. 감세는 지금의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씀씀이를 줄일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재정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 총량에 대한 준칙을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들로 정부의 씀씀이를 줄이고 제약을 가하면 민간부문이 쓸 수 있는 자원이 그 만큼 많아진다. 그것이 바로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탄탄한 길이다.

[[문화일보 2008-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