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재-웹 2.0세대의 인터넷광장


동문기고 송경재-웹 2.0세대의 인터넷광장

작성일 2008-06-11

[시론/6월 4일] 웹 2.0세대의 인터넷광장

- 송경재 /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

2008년 6월 대한민국은 한바탕 홍역을 앓고 있다. 미국 산 쇠고기 수입고시 강행과 대운하 추진, 경제 악화, 정책 신뢰상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정부 지지도는 100일 만에 20%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에 주요 포털에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토론과 댓글이 게시되고 있다.
촛불이 밝힌 새로운 민주공간

필자가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에서 ‘촛불’이라는 주제어 검색을 한 결과, 6월 1일 0시부터 3일 오전까지 7,375건의 토론 글이 게시되고 조회 수는 수십만 건에 달했다. 물론 글마다 달린 댓글이 수십 개인 점을 감안하면 그 참여의 양에 놀란다. 뿐만 아니라, 6월 1일 서울시청 앞 광장 촛불문화제는 자발적인 시민들이 2,501개의 인터넷 생방송 채널로 중계하고 127만 명이 시청하며 토론했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촛불의 혁명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다른 소식은 현 정국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얼마 전 소통의 부재를 반성한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 홈피는 한 달이 넘게 폐쇄 중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하루에 10만 개 이상 게시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인터넷의 성난 민심이 두려운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가. 소통과 대화가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귀를 막고, 보기 싫은 것은 보지 않겠다는 발상이 아닌지 두렵다.

그럼 인터넷 토론장이 활성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정부의 신뢰 위기가 지적된다. 100일 동안 정부는 섬김과 소통을 강조했지만 이는 정치적 수사에 그쳤으며, 행동은 일방주의적이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은 촛불을 더욱 확산시켰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촛불을 넘어, 사이버 촛불참여 블로거만 5만 명에 달할 정도로 민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분명하다.

둘째, 웹 2.0으로 네트워킹된 시민의 민주적인 의식이 향상되었다. 네트워킹이 쉬운 웹 2.0은 참여와 개방ㆍ공유를 바탕으로 시민참여 기회를 확대시켰다.

셋째, 인터넷 여론형성과정에 대한 몰이해와 기존 미디어의 표리부동도 인터넷 공론장 활성화의 원인이다. 1년 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지적한 일부 미디어들은 말을 바꾸었다. 한 술 더 떠 ‘광우병 괴담’과 ‘10대 배후설’ 등을 지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대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기존 미디어에 등을 돌리고 인터넷 토론장과 블로그, UCC 등에서 자발적인 시민의 언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 있지만 좋은 공론장 되길

인터넷 공론장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은 쓰는 사람에 따라 양날의 칼이 되듯이 소수집단에 의한 다수의 ‘쏠림현상’도 우려된다. 참여하는 현명한 시민(smart mobs)과 인터넷의 결합은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새로운 인터넷 아고라(agoraㆍ공공의 장소)가 될 수도 있고, 정보 쓰레기장이 될 수도 있다.

과다한 표현의 자유가 자칫하면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고, 공론장에서의 극명한 입장 차이로 공동체가 분화와 해체가 가속화할 수도 있다. 공화주의를 연구한 시카고대의 선스타인(Sunstein) 교수는 이런 현상을 비판하고 공론과 심의 확대를 강조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공론장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웹 2.0세대의 인터넷 대안적 공론장의 경험은 향후 시민참여 형 전자민주주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한국일보 2008-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