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록 - 李정부, 국가 운영의 틀 다시 다져야


동문기고 송병록 - 李정부, 국가 운영의 틀 다시 다져야

작성일 2008-08-28

<포럼> 李정부, 국가 운영의 틀 다시 다져야
 
- 송병록 / 경희대 행정대학원 교수·정치학 -

25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을 맞았다. 대통령 당선 시의 국민적 기대에 비하면 현재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형편없다. 아예 이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국민이 다수이다. 이는 이 대통령 개인이나 국민, 그리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와 똑같이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집권 초 100일의 국민적 평가가 그 정권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한다. 이에 비춰보면 이 정권의 성패는 이미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 대통령은 남은 임기 4년6개월을 레임덕으로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1945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급서(急逝)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미국의 제33대 대통령 해리 S 트루먼도 집권 초에는 국민적 지지가 매우 낮았으나 집권 기간의 뛰어난 대내외 업적으로 인해 퇴임 후에는 유능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았다. 다행히 이 대통령에게도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 이제부터라도 집권 초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희일비하거나 좌고우면하기보다는 국정 운영의 큰 틀을 다시 세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 경영에 있어서 어느 한 부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으나, 그렇다고 집권 5년 동안 모든 문제를 모두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과는 무관하게 제반 정책을 제로베이스에서 면밀하게 재검토하여 정책적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하고 집중하는 지혜와 실천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는 바는, 과연 이명박 정부에 정책이 있기나 한가 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상투적인 표현으로 정권의 성패가 경제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진보정권 10년 동안 한국이 선진국 진입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은 사실이다. 일본과의 무역 역조와 기술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중국과는 기술 격차가 좁혀지거나 오히려 추월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10위권의 교역국가인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세계 7대 선진국이 되지는 못할망정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중남미 국가로 전락할 수는 없지 않는가.

지금 우리 앞에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놓여 있다. 퇴보하느냐, 현 상태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한 단계 질적·양적으로 도약하느냐이다. 그러나 퇴보는 물론이고 현 상태 유지마저도 결국은 국제경쟁에서 뒤처져 국가의 쇠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은 분명하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분명히해야 한다. 이는 지도자가 국민에게 제시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 정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 길이 결코 평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집권 초의 인사정책 실패와 오만이 지금까지 얼마나 이 정권에 부담이 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미 조선 중기의 뛰어난 성리학자였던 기대승은 정치의 본질을 위임성책(委任成責)이라 하여, 정치란 현명한 자를 골라 능력을 발휘하게 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집권기간 내내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정부를 뜻하는 영어 단어 거버먼트(government)는 원래 그 어원이 승객과 화물을 싣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항해하는 기술을 뜻하는 그리스어 키베르난(kybernan)에서 유래했다. ‘한국호’의 키를 잡은 이 정부도 아무쪼록 목적지를 분명히 정해 국민과 국가를 선진국의 항구에 안전하게 내려놓기를 바란다.

[[문화일보 2008-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