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상준-토성의 달 ‘타이탄’
[과학칼럼]토성의 달 ‘타이탄’
- 김상준 / 경희대교수 우주과학 -
장맛비가 쓸고 간 맑은 여름 하늘이 눈부시다. 초저녁이 되면 언제 떠올랐던가 밝게 빛나는 목성을 동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목성은 마이너스 2등급이므로 광공해에 시달리는 도시의 밤하늘에서도 뚜렷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시의 여름 밤하늘에서 우리들이 보고 싶은 견우성과 직녀성은 여간해서 보기 힘들고 더욱이 그 사이를 흐르는 은하수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즘 서울의 공기는 시내버스의 배기가스 통제로 조금은 나아졌다고 한다. 서울에서도 반짝이는 별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호수 발견 소식에 모두들 흥분 -
우리가 빈곤에서 탈출하면서 수많은 콘크리트 빌딩과 아파트를 짓고, 가로등과 네온사인을 밝히는 동안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그중 하나는 저녁 식사하고 집 앞이나, 서울의 밤거리를 걷다 문득 하늘을 쳐다보면 마땅히 보여야 할 많은 별들이 아닐까?
태양계에서 목성 다음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은 토성이다. 토성은 지난 봄 여름 동안 밤하늘 내내 떠 있었지만 봄에 찾아오는 황사와 잦은 비, 그리고 그 후로 이어진 장마로 우리가 거의 보지 못했다. 토성은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두꺼운 대기를 가진 커다란 달을 가지고 있다. 타이탄이다. 그동안 이 타이탄은 짙은 연무로 뒤덮여 있어 표면을 관측할 수가 없었다. 요즘 이 타이탄에서 호수가 발견되었다고 화제다. 토성 탐사선 ‘카시니’의 적외선과 전파 관측을 통한 결과이다. 적외선과 전파는 타이탄의 짙은 연무를 통과해 표면을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견된 호수들은 물로 차 있지 않고 액체상태의 메탄이나 에탄으로 차 있었다.
카시니는 1997년 10월15일 지구를 떠난 이후 2004년 7월께 토성궤도에 안착했다. 카시니는 그 해 12월25일 카시니 모선에서 작은 탐사선 ‘호이겐스’를 타이탄으로 발사했다. 호이겐스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면서 타이탄의 항공사진을 보내왔고, 착륙지 근처의 영상을 보내왔다. 그 후 카시니 모선은 계속해서 타이탄을 돌면서 적외선과 전파 영상 자료를 보내오고 있다. 이 자료들에 의하면 타이탄 표면에는 많은 검은 지역들이 보이는데 이 지역들은 메탄 혹은 에탄 가스가 액화돼 고여 있는 호수로 짐작돼 왔었다. 2004년 이후 이 자료들을 정밀 분석한 과학자들은 일부 호수들은 표면이 얼어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해 왔다.
- ‘메탄 이슬비’ 결론짓기 일러 -
타이탄 표면을 촬영한 적외선과 전파 영상에는 지구나 화성표면에서 볼 수 있는 구불구불한 강도 보인다. 또한 타이탄 남반구에서 구름이 간혹 관측되기도 하였다. 성급한 과학자들은 타이탄에 메탄비가 내리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네이처’나 ‘사이언스’지에 메탄비가 내리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적외선 관측으로 어둡게 보이는 타이탄 아침 지역에서 언제나 아침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과학자들은 이 어두운 지역이 지구로 치면 티베트고원과 같은 고원 지역이고, 타이탄이 자전하면서 이 어두운 지역도 돌면서 타이탄의 아침뿐 아니라 오후에도 발견되므로 아침 이슬비의 주장은 근거 없다고 반박하였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현재 동의하는 것은 지금까지 관측 결과로는 이슬비가 내리는지 결론을 짓기엔 아직 관측정보가 부족하고, 적어도 광범위한 지역에 걸친 이슬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 간에 타이탄에서 메탄 이슬비가 내리느니 마느니 하는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서 한 가지 단순한 의문점이 있을 수 있다. 메탄가스는 프로판 가스처럼 발화성이 아주 강한데, 타이탄에서 번개라도 치면 대기가 폭발하고 메탄 호수는 불바다가 되지 않을까? 다행히도 타이탄에는 산소가 극히 부족하다. 산소가 없으면 발화할 수 없다. 따라서 타이탄 구름에서 번개가 치더라도 불이 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먼 훗날 우리의 자손들이 타이탄을 성공리에 식민지화하여 여름철 휴가로 시원한(?) 타이탄으로 갈 수 있을 날이 오길 바란다. 타이탄 호숫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커다란 창문 밖으로 그들의 아이들이 우주복을 입고 얼어붙은 메탄 호수에서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경향신문 2008-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