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구-공기업 민영화의 전제


동문기고 김광구-공기업 민영화의 전제

작성일 2008-08-08

[시론] 공기업 민영화의 전제

- 김광구 (행정85/ 37회) / 경희대교수·행정학 - 
 
공기업은 국민생활에 기초적인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막대한 초기설비투자를 동원할 수 없는 경우, 자연적인 독점산업인 경우, 또한 국가경제에 필요하지만 아직 기술과 자본이 부족하여 보호와 투자가 필요한 유치산업인 경우에 국가가 설립한다. 심지어는 부실한 거대 민간기업의 도산을 방지하여 국가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공기업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공기업은 매우 다양한 목적 아래 설립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선진국선 다시 공기업화 많아

공기업은 자신의 본질적 목적과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이며 경쟁시장에서만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즉 국민경제에 기여하지 못하고 부담이 될 때 수익성과 기술적 효율성, 비용 효율성 등 공기업이 갖는 복합적인 목적과 기능을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는 여러 지표를 통해 엄격하게 평가한 후에 민영화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어 왔고 중요한 기초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을 민영화함으로써 국민의 경제적인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의 불안정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민영화에 따른 막대한 사익을 특정인이나 기업에 안겨줄 소지도 있다. 이러한 측면들 때문에 서구 선진국들마저 민영화했던 공기업들을 다시 공기업화하는 경우도 많다.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을 민영화하여 국가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출범한 정부이다. 그러나 공기업의 민영화를 놓고 많은 이해 당사자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고, 민영화 논의 과정은 그들 사이에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어떤 공기업이 민영화의 대상이어야 하고 어떤 곳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등, 심지어 ‘공기업 괴담’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가 되었다. 이는 분명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사원과 검찰은 공기업 경영진뿐만 아니라 직원, 나아가 노조와 노조원들의 비리 백태를 고발하고 있다. 마치 공기업이 부정과 비리의 온상처럼 비쳐지게 하고 있다. 그리하여 부정과 비리의 온상인 공기업을 하루 빨리 민영화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국민을 호도한다는 우려까지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의 본질적 목적과 기능 등 존재의 당위성, 그리고 공기업이 왜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준·비전 제시해 설득 나서야

공기업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처벌은 우선적으로 최고경영자에게 물어야 하며, 다음으로는 감독기관이 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공기업 부정과 비리에 대해서 책임졌다는 공기업 경영자가 있었는지 기억에 없다. 공기업의 부정과 비리를 척결하는 방법이 오직 민영화라는 방법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더욱 중요한 것은 공기업을 민영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영실적이 회복되고 국민의 경제적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확신할 수 없다.

공기업이 왜, 어떤 기준에 의해서 민영화되어야 하며, 민영화되면 어떻게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국민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제시하여 설득하고 지지를 얻어 내야 할 것이다. 국가경제에 공공소유 형태로 존재할 필요가 있는 공기업의 부정과 비리만을 잡겠다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은 어쩌면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200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