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찬규-독도 수호를 위해 할 일
[시사풍향계―김찬규] 독도 수호를 위해 할 일
- 김찬규 /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 -
사필귀정(事必歸正)이지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결단으로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의 독도영유권 표기가 원상회복된 것은 우리 외교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1977년 이래 미국 지명위원회는 독도 명칭을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라 표기하고, 공해에 있는 한국령이라고 표시해 왔다. 그러던 게 지난달 22일 난데없이 '일본해'에 있는 '주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 둔갑하고 이름마저 '다케시마/독도'의 순으로 병기돼 우리 사회에 분노의 격랑이 일어난 바 있었다.
美 지명표기 원상회복은 다행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 표기를 그런 식으로 했다고 해서 영유권에 당장 손상이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관계에서 미국이 지니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표기는 곧 국제사회 전체에 확산될 수 있고, 어느 땐가엔 우리가 마치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것은 독도의 분쟁지역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독도문제에 국제사회가 용훼(容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표기를 고침으로써 우리나라에 일어났던 더욱 심각한 파문은 전통적 우방으로 철석같이 믿었던 미국이 우리에게 어찌 이럴 수 있는가 하는 배신감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 같은 점이 말끔히 정리된 것은 큰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만사가 형통할 때 신들매를 고쳐 매야 한다 했던가. 지금 주변 사태는 엄중하며 독도 보전을 위한 우리의 각오도 새롭게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정부가 '실효적 지배의 강화'에서 탈피해 국토관리라는 차원에서 독도를 경영해 나가겠다고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실효적 지배의 강화가 영유권 분쟁이 있음을 전제로 한 개념이기에 우리 국토의 일부임을 전제로 한 국토관리라는 차원의 구상은 정녕 진일보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뒤이어 발표된 실천계획을 보면 그 내용이 너무나도 황당해 이것이 과연 국토관리라는 차원의 구상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예컨대, 독도에 호텔을 짓겠다는 안, 그곳을 유인도화하겠다는 안 등에서 그것을 보게 되는데 이러한 것은 그 모두가 국토관리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실효적 지배의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섬에 등대를 건설하거나, 섬 주변 해역에 부표(浮標) 또는 비콘 등 항행보조 시설을 설치하면 실효적 지배의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국제 판례에서는 그렇게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행위는 '항행의 안전을 위한 것'일 뿐, 주권자로서 행동하려는 그 나라 정부의 의지의 표명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정부대책에 황당한 내용 많아
그런데 극히 최근, '아주 작은 섬'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시설이 섬에 대한 실효적 지배의 표현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왔다. 2001년 3월16일의 국제사법재판소(IJC) 판결에서 '아주 작은 섬'으로 분류된 '키타트 자르다'는 크기가 만조시 길이 12m 폭 4m, 간조시 길이 600m 폭 75m, 높이는 만조시 0.4m에 불과하다. 지난 5월23일 역시 ICJ 판결에서 '아주 작은 섬'으로 분류됐던 '페드라 브랑카'는 길이 137m, 평균 폭 60m, 간조시 면적은 6,560㎡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이들 섬보다 20배 이상 큰 독도의 경우 '아주 작은 섬'에 해당되지 않으며, 독도에 등대를 건설하거나 그 주변 수역에 부표 또는 비콘 등 항행보조 시설을 설치한다 해도 그것이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의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독도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는 극히 전문적 분야에 속하는 문제이다. 전문적 분야에 속하는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비전문가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연 다른 논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2008-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