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진-디스플레이 1등국가 유지의 열쇠


동문기고 장 진-디스플레이 1등국가 유지의 열쇠

작성일 2008-07-21

[디지털포럼] 디스플레이 1등국가 유지의 열쇠

- 장 진 /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석학교수 -

평판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 1000억 달러 가운데 90%이상이 LCD이고, PDP가 약 6%, OLED가 약 1%를 차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1990년대 시작한 신산업으로, 일본에서 시작해 현재 한국과 대만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1995년 LCD 양산을 시작해 올해 약 400억 달러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이 1990년대 말부터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한국은 5세대 설비부터 적극적으로 투자해 2001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만과 시장 점유율은 비슷하다.

LCD는 7인치 이하의 소형, 10∼15인치의 노트북PC용, 17∼24인치의 모니터용, 30인치 이상의 TV용 순으로, 제품 생산이 진화했다. 소형에서 시작해 5년마다 새로운 응용 제품 양산에 성공하면서 LCD는 오늘날 거대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반면 PDP는 TV용으로 주로 생산을 시작해 크기를 늘리고, 해상도를 높이는 쪽으로 생산이 진행됐다. 그러나 제품이 다양하지 않았고, PDP생산업체 수가 적기 때문에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OLED는 TFT가 없는 수동형(PM)으로 생산을 시작했지만, LCD와 경쟁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을 포기했고, 현재 능동형(AM)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OLED는 LCD처럼 점차 대형 제품으로 응용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연구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좋은 제품은 없다.

우리나라 평판 디스플레이 개발은 삼성과 LG가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해 같은 규모로 양산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두 회사가 세계 1ㆍ2등이 됐다. 두 회사의 경쟁은 우리나라 LCD 산업을 세계 1등으로 만드는데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모든 디스플레이 생산의 중심지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다시 대만 순서로 바뀌었다. 그런데 최근 대만의 LCD 생산량이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 정부가 중국으로 LCD 기술 이전을 허락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대만과 중국 양안이 한국을 곧 추월해 디스플레이 1등 국가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의 LCD 산업은 일본 기술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국가연구소인 ITRI에서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대만 LCD기업이 그 기술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대만 정부가 앞장서면서 그동안 대만의 LCD 기술 성장 속도는 매우 빨랐다. 현재 기술개발 실력과 제품 생산 실력은 한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차세대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분야는 정부의 적극적 개발 지원으로 한국을 앞서고 있다. 여기에 대만과 중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의대보다 선호하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과 함께 두 정부의 효과적 기술개발 정책으로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능력이 곧 우리나라를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삼성과 LG가 세계 LCD 1ㆍ2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속적 투자와 기술개발 외에도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디스플레이를 연구하는 창의적 그룹을 대학에 육성해야 우수 인력을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인재를 만드는 대학의 디스플레이 연구실이 세계적 연구결과를 얻어야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 1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재료부품 양성이다.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기초 소재의 국산화율은 20% 정도이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수출이 늘어날수록 대일 무역 적자도 함께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소재의 개발은 최소 5년의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셋째로는 장비업체의 육성이다. 국내 장비업체 수준은 최근 많이 성장했지만, 이는 대부분 국산화의 결과물이다. 장비의 기초 개념부터 핵심 생산공정 장비까지 개발해 양산하는 실력을 갖추어야 세계적 업체로 성장할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한 장비를 개발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비, 재료, 부품 업체가 삼성과 LG에 동시 납품할 수 있도록 정부, 삼성, LG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것 없이는 부품, 장비, 재료 업체가 일본, 대만 기업과 경쟁해서 이기기 어렵다.

또 우리나라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시장을 계속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부 R&D 비용의 약 5%, 5000억원 가량을 디스플레이 관련 연구 인프라 구축에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10년 후에도 대만과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 1등 디스플레이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타임즈 2008-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