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창남-캠페인의 달인 오바마
[시사풍향계―김창남] 캠페인의 달인 오바마
- 김창남 / 경희대 교수 정치학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9월 셋째 주.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매케인은 플로리다 잭슨빌의 컨벤션센터 유세에서 "미국경제는 근본이 탄탄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금융위기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막연한 낙관론을 폈다. 상대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던 오바마팀은 매케인의 발언이 선거캠페인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임을 간파했다. 이후 오바마의 연설과 정치광고에는 매케인의 발언을 넣어 그가 얼마나 현실인식이 결여된 후보인가를 부각시켰다.
오바마 진영의 선거전략은 선거 종반까지 매케인 캠페인에 무겁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또한 매케인의 캠페인은 종종 실수를 저지르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데 비해 오바마 캠페인 팀은 잘 훈련되어 있었으며, 매케인 캠페인의 실수와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은 이와 같이 치밀한 선거전략에 의해 탄생된 것이다.
풀뿌리 파고든 선거전략 적중
오바마는 최대한의 신중함을 가지고 선거전략을 결정하지만 일단 결정된 전략은 작은 흔들림도 없이 일관되게 실행했다. 이 같은 선거전략이 없었다면 친숙하지 않은 이름과 파란만장한 성장배경, 그리고 일리노이주 의회에서 연방상원으로 자리를 옮긴 지 2년도 되지 않은 흑인 젊은이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바마의 승리를 일궈낸 선거캠페인 팀에는 오바마의 절친한 친구이자 전략가인 데이비드 액셀로드와 치밀한 캠페인 매니저 데이비드 플로우프가 있었다. 한번도 전국적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없는 이들이지만 첨단의 테크닉과 전통적 캠페인 노하우를 접목하여 미국의 풀뿌리 유권자층으로부터 기록적인 후원금을 모금했으며, 거대한 자원봉사자 군단을 가동시켰다.
그들은 또한 미국인들이 흑인 대통령에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인종이슈를 다루는 데 세심한 전략을 구사하였다. 또한 6선의 연방상원의원인 조 바이든을 오바마의 러닝메이트로 선택함으로써 오바마가 외교·국방·국제 분야에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조용히 잠재웠다.
오바마 캠페인 진영은 변화에 대한 미국인의 욕구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변화와 희망'이라는 중심 메시지를 미국 유권자의 마음 속 깊이 각인시키기 위해 분투했다. 또한 힐러리와 매케인 캠페인이 노출했던 내부 갈등은 물론이고 드라마틱한 요소에 집착하지도 않았고, 캠페인 팀에 의한 한 건의 치명적 오류도 발생치 않는 절제력을 보여주었다.
정치분석가들은 오바마의 승리가 경제위기와 이라크 전쟁 등으로 대변되는 공화당 정권의 실정에서 비롯된 결과물로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설득력에는 한계가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오바마만이 미국이 갈구하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결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상의 대안 내놓아 신뢰 키워
오바마가 비천한 배경에서 출발하여 정상의 자리로 비상한 데는 최고의 지성, 신선한 역동성, 그리고 인간승리를 일궈온 투지로 미국과 세계에 희망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캔 두(can do)'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파한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성공적 선거전략이 바탕됐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미국인뿐만 아니라 수십억의 세계인들이 투명한 미소를 가진 이 흑인 대통령 당선자를 뜨거운 감동과 설렘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재빨리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을 창출해내는 그의 캠페인 능력에서 "그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2008-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