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국 - 환율 안정은 불안심리 차단부터


동문기고 김상국 - 환율 안정은 불안심리 차단부터

작성일 2008-10-31

[경제칼럼] 환율 안정은 불안심리 차단부터 

- 김상국 / 경희대 교수·산업공학 -
 
미국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이 요즘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우리나라가 금융위기에 빠져들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크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우리나라에 금융위기는 없으나, 우리 경제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미국의 금융제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다.

미국 금융 회사는 크게 상업은행(Commercial Bank)과 투자은행(Investment Bank)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상업은행은 개인 또는 기업에서 저축을 받아 다른 곳에 대출해 주고, 그 예대 이자율 차이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은행이다. 투자은행은 파생상품을 팔아서 생기는 수익이 주 수입원인 은행이다.

그런데 문제는 실물거래에 바탕을 두지 않고 그저 미래 예측을 통해 사고파는 파생상품 규모가 실물거래의 수십 배가 넘고, 월스트리트에서 거래되는 것만 해도 약 50조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 해도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조금 심한 표현이지만 이런 허수거래는 경제상승기 때에는 문제없으나 경제하강기 때에는 처음 하나가 무너지면 다음 거래들은 규모가 점점 더 커지면서 무너진다. 그런데 이런 연쇄파산 현상이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고, 그 중에서도 신용이 불량한 사람에게 정도 이상의 돈을 빌려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이다.

리먼브러더스는 투자은행 중에서도 부동산담보대출이 64%로 가장 높아 제일 먼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린스펀은 느슨한 경제정책을 펴 부동산시장 거품을 가져왔다는 이유로 요즘 비난을 받고 있다.

투자은행도 이런 파생상품의 위험을 정확하게 평가해 고객들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미국정부도 적절한 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표현하면 미국 금융산업 전체의 위기라기보다 파생상품을 지나치게 많이 거래한 투자은행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미국 금융위기의 본질을 이해하면 그것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는 미국 투자은행과 같은 파생상품 거래가 아주 미미하다. 있다고 해도 실물거래를 전제로 한 선물거래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없다.

둘째, 부동산담보대출 비율도 우리나라는 40%로 지나치게 낮아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거의 없으며, 신용대출을 너무 해주지 않아 오히려 경제발전에 저해될 정도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금융위기설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는 점은 자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이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인은 집을 제외하면 자산의 상당 부분이 금융자산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며칠 사이에 자기 자산이 반 토막 난 사람들이 소비를 줄일 것은 뻔한 이치고, 그 기간도 최소 1~2년은 걸릴 것이다. 실물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겐 당연히 곤란한 일이다. 그러나 정확한 분석은 정확한 대비책을 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정확하지 못한 판단에 따른 불안감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가는 최근의 환율불안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1100원대에서 1400원대로 거의 30%나 급상승했다.

미국 금융위기로 인한 달러가치 하락까지 고려한다면 원화는 거의 40% 가까이 평가절하됐다. 같은 기간에 엔화는 약 4%, 위안화는 약 1% 평가절상됐고, 대만달러와 유로는 약 1% 평가절하됐다. 도대체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다고, 불과 10여일 사이에 40%나 평가절하된 것일까.

바로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막연한 불안 심리와 이것을 부채질하는 일부 사람들의 근거 없는 경제위기론 주장, 그리고 이런 위기론이 여과 없이 전달된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번 환율 급상승으로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대기업들은 가장 높은 환율대에서 갑작스럽게 달러를 환매해 수천억원의 돈을 챙겼다. 그래도 그들은 내국인이니까 괜찮다고 하자. 환치기를 통해 외국인에게 간 돈은 아깝기 짝이 없다.

잘못된 근거로 경제위기를 주장해 불안심리를 조성하는 사람들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해악은 너무 크다.

우리나라도 월스트리트저널처럼 연말이면 그해에 가장 정확한 예측을 한 분석가를 뽑아야 하지 않을까.

[[매경이코노미 2008-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