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광구-‘시장실패’ 스스로 감당하라
[시론]‘시장실패’ 스스로 감당하라
- 김광구 / 경희대 사회과학부 교수 -
아이들은 혼자 신이 나서 잘 놀 때는 부모가 뭐라 말해도 자신의 놀이에 집중하고, 방해하는 부모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놀이에 흥미가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지면, 그리고 뭐 다른 흥밋거리를 찾을라치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엄마 품으로 파고든다.
요즘 국내외 경제를 보면 시장은 마치 칭얼대는 어린애 같다. 미국의 주택시장과 이에 연동되어 있는 금융시장이 바로 그러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레이건 행정부 이후 금과옥조와 같은 신자유주의 이념에 반하는 시장개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몇 차례에 걸쳐 부실 금융기관을 구제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시장개입을 시도한 바 있다. 이번에도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의 리스크를 정부에 감당해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경제가 잘 돌아갈 때는, 정부의 개입은 절대로 필요 없으며, 심지어는 정부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바로 지방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처리이다. 민간주택시장은 시장원칙에 따라 수요자가 요구하는 장소나 수준에 적합한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미분양은 수요자의 수요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과도한 공급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전형적인 시장실패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택경기의 침체는 노무현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의해 발생했다고 하지만 현명한 민간주택건설업자였다면 이러한 정책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도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정부의 규제가 심한 부문이다. 이러한 부문에서 공급자들은 스스로가 규제를 감당할 수 있는 체질로 자신을 강화했어야 했다. 시장의 속성도 이해하지 못하고 수익만을 위해 행동해온 업자들을 살려주기 위해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쓰는 것이 과연 시장원칙에 맞는 것인가? 자신들의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결국 시장실패를 정부실패로 대체시키려는 행태이다.
부실한 시장은 시장을 통해서 정화되도록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시장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게 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업이 발생하고 저소득층이 고통을 겪을 수는 있다. 이들을 위한 대책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고통을 저감해줄 수는 있지만 부실한 시장에 공적 자금을 수혈하면서까지 민간 부문을 살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시장실패를 해소하라는 정치적 압력을 견디길 바란다. 거품은 호황일 때 달콤하지만 꺼질 때는 고통임을 우리는 이미 10년 전에 경험하지 않았던가. 정부는 시장의 체질개선,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천천히 거품을 걷어 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경향신문 2008-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