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상준-우리도 달에 가자
[과학칼럼] 우리도 달에 가자
- 김상준 / 경희대교수·우주과학 -
밤중에 홀로 빛나 우리를 비추어 주는 달은 언제나 곁에 있는 친구와 같다. 5000년 전 고대 이집트인이 보던 달과 신라 때 처용이 밤길을 거닐다가 본 달과 지난 번 추석 때 보던 보름달은 모두 같은 달이다.
지난 추석 때 본 달은 유난히도 큰 것 같았다. 초저녁 동쪽하늘에서 떠오르는 보름달을 차안에서 보게 되었다. 빨간 신호등에 정지하여 잠깐 보았는데 둥그런 추석 보름달 표면에 ‘코페르니쿠스’와 ‘티코’ 운석공이 뚜렷이 보였다. 이 운석공들은 겉으로 보기에 분화구 같이 보이지만 달의 45억년 역사로 보면 비교적 최근에 소형천체와 충돌한 자국이다. 이 운석공들은 쌍안경으로 보면 충돌 후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충돌지점을 중심으로 마치 흰 불가사리처럼 보인다.
달은 지구를 한 달에 한번씩 돌지만 그 모습 또한 한결 같다. 상식적으로는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달의 360도 모습이 다 보일 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앞면만 보이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 때 자신도 한 바퀴 돌기 때문에 언제나 앞면만 지구에게 보이는 것이다. 억년의 세월 동안 오로지 지구만을 바라보는, 어찌 보면 지독한 짝사랑인 것이다. 인류는 20세기 후반 우주선이 달 뒤쪽까지 가서 촬영을 하기 전에 달 뒷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었다.
- 中·日 작년 달궤도 진입 성공 -
작년 연말 우리의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달 탐사선을 달 궤도에 성공리에 진입시켜 미국과 소련에 이어 달 탐험 선진국에 합류하였다. 중국은 올해 올림픽과 함께 국력을 기울여 달 탐사에 성공함으로써 기술 선진국 진입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달 탐사선의 표면적인 임무는 오는 2012년 중국이 발사할 무인우주선의 착륙 지점을 찾고, 지구와 달 사이의 우주환경 파악과 달 표면에 있을 에너지원을 찾고, 향후 우주 군사기지 건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일본은 2005년 화성 탐사선 실패의 경험을 딛고 꾸준히 우주탐사에 국력을 기울이면서 작년 10월 달 탐사를 위한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였다. 이 탐사선은 달의 화학성분 및 광물질 분포 조사, 표면 정밀사진과 자기장 및 중력장 분포 등 각종 자료를 수집하여 달의 기원과 진화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일본도 우주 군사기지에 뜻을 두고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8월초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우주 선진국들이 참여하는 ‘달 네트워크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보였다. 이 사업은 달 표면에 여러 개의 과학기지를 단계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기존에 계획되어 있었던 우리나라의 독자적 달 궤도탐사선 및 달 착륙탐사선 발사에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관련 기술을 확보할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미 정상의 의지에 부응하여 후속 조치로 지난달 중순 교육과학기술부는 ‘제5차 우주개발 추진전략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회의에서 활발한 국제 협력을 통하여 부족한 우주기술을 배우면서 한국형 달 탐사기술 및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이 달 탐사에 긴밀한 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양 기관은 우주과학과 천문학 분야에서의 공동연구 수행 및 이에 기반한 전문 인력 교류, 과학위성 탑재체와 위성항법시스템 개발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협력을 약속했다.
- 국제협력 통한 기술축적 필요 -
얼마 전 언론보도에 의하면 미국 브라운대학의 알베르토 살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약 35억년 전 달의 화산 폭발 때 분출된 고형 마그마로 이루어진 여러 색깔의 유리구슬 속에서 물이 발견되었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하였다. 이 연구 결과는 달의 북극과 남극, 태양 빛이 닿지 않는 그늘진 골짜기 지하에 물을 포함한 암석의 형태로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달 현지에서 물을 조달할 수 있다면 지구에서 물을 운송해 가는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장차 달 탐사 계획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지난 봄 우리나라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우주인 이소연씨를 성공적으로 보내면서 우주로의 첫걸음을 떼었다. 제2의 우리나라 우주인이 달 표면을 걷는 장면을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해 본다.
[[경향신문 2008-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