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상국-경제위기설 자체가 비용
[경제칼럼] 경제위기설 자체가 비용
- 김상국 / 경희대 교수·산업공학 -
얼마 전 9월 경제위기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해인가에는 4월부터 12월까지 매월 경제위기설을 주장하는 신문도 있었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오지 않았고 이번 9월에도 경제위기는 없었다. 경제위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미리 조심한다는 게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근거 없는 경제위기설로 국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우선 9월 경제위기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를 살펴보자.
첫째는 9월 만기 외국인 국고채 69억달러에 대한 일시 상환 요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그들이 일시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A2다. 외환위기 당시 14단계나 내려갔던 등급에서 13단계 상승한 등급이다. 그들이 무엇이 불안해 일시 상환을 요구하겠는가. 더욱이 8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432억달러다. 69억달러 상환 요구가 있을지라도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다.
둘째는 유동외채가 2223억달러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그럴듯하지만 이것도 별 설득력이 없다. 우선 우리나라의 단기채권이 약 3356억달러로 단기채무보다 많다.
또한 단기채무의 상당 부분이 서류상으로는 부채이나 실질적으로는 부채가 아닌 선물환이 2000억달러 정도고, 외국인 채권투자가 580억달러 정도이다.
일부 위기론자들은 단기채의 3분의 1 정도는 상환을 위해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어떤 기업도 상환요구를 대비해 자기가 빌린 자금의 3분의 1을 은행에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단기채가 문제됐던 것은 3~4개월의 단기채를 빌려 5년 이상 장기투자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우리나라 기업들의 평균 부채 비율은 400~500%였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의 평균 부채 비율은 105% 정도로, 미국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보다 100% 정도나 더 낮다. 이것은 기업의 장기적 성장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영이라고 걱정할 수준이다.
셋째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외환보유액이 150억달러 정도 감소했기 때문에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외환보유액 감소는 대부분이 유가 인상에서 온 것이다. 2007년 1월에 배럴당 57달러 했던 유가가 2008년 7월에는 145달러, 9월 초순까지만 해도 103달러였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원유수입액이 603억달러였는데, 올해는 7월 말까지만 해도 벌써 527억달러나 된다. 이것은 단기적으로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세계 공통의 문제다. 그러므로 이것 때문에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낮아지거나 외채 상환요구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150억달러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정도의 변화는 항상 있는 일이다.
거꾸로 묻는다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6% 증가했을 때 우리경제가 대단히 잘돼가고 있다고 주장하겠는지 의문이 든다. 지금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13위 정도인데, 외환보유액은 5위 정도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다고 걱정했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외환위기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는가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다. 우리는 무엇이 잘되고 있다고 주장할 때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크게 나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언가가 잘못될 때에는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므로 위기를 주장하는 소리에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관심을 표하게 된다.
둘째는 잘못된 주장에 대한 비용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즉 틀린 주장을 했을지라도 그 시기가 지나면 아무도 그 잘못을 따지지 않고, 오히려 다음에 또 위기를 주장하면 그 사람을 다시 불러 이유를 묻는 촌극을 벌인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연말이 되면 각 주장자들의 견해와 예측이 얼마나 옳았나를 비교하는 작업을 해야 할지 모른다. 경제위기는 언제라도 올 수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외부요인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쟁력이 없을 때 오는 것이다. 이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부질없는 경제위기설로 열심히 일하는 기업인들과 국민들에게 필요 없는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매경이코노미 2008-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