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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석-호텔 ‘이비스’ 성공 스토리
[시론―서원석] 호텔 ‘이비스’ 성공 스토리
- 서원석 / 경희대 교수 호텔경영학 -
"서울 시내에 외국인이 묵을 만한 저렴하고 깨끗한 호텔을 알려주세요!" 어느 네티즌의 질문이었다. 딱 떠오르는 호텔이 몇 없었다. 특급호텔들을 선뜻 추천하지 못한 것은 비싼 객실 가격 때문이었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특급호텔 객실가는 도쿄, 홍콩에 이어 세계 세 번째라고 한다.
서울 호텔의 객실가격이 비싼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저가 호텔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진 관광대국인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의 경우, 소수의 고급호텔과 다수의 중저가 호텔로 업계구조가 이루어져 있다. 이에따라 학계에서도 1990년대부터 중저가 호텔 육성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중저가 호텔의 시장진출은 2000년대가 지나 해외브랜드 호텔에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특급호텔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2010년에 1200만명 관광객 유치전략의 일환으로 특급관광호텔들의 공시가격을 전년대비 20% 이상 낮추면 재산세 50%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평균객실 판매가격보다 2배 가까운 공시가격의 인하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기는 어렵다.
여기서 눈여겨 볼 곳이 서울 대치동의 중저가호텔 이비스 앰배서더이다. 이 곳은 2003년 10월 개관해 다음해인 2004년에 객실점유율 80%를 달성하고, 꾸준히 증가한 객실점유율은 2007년 연평균 90%를 달성하였다. 특히 50%를 상회하는 영업이익으로 주변 특급호텔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매출규모는 특급호텔의 3분의 1이지만, 영업이익 수준이 비슷하기 때문에 알짜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비스의 성공요인은 합리적인 가격정책과 호텔 운영,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로 요약할 수 있다. 개관 후 한동안 9만원대 객실가격 때문에 '조금 좋은 모텔'쯤으로 오해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중저가 호텔의 개념을 파악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또한 317개의 객실에 비해 전체직원이 10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급 호텔보다 150여명의 인원 감축 효과를 얻고 있다. 불필요한 서비스를 과감히 배제해 경영의 효율성을 증대 시킨 것이다.
1974년에 개관해 전세계 760여 체인망을 가지고 있는 이비스의 브랜드 인지도 역시 큰 기여를 했다. 2007년 기준으로 전체고객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75%였고, 대부분 비즈니스맨들이었다. 객실에 무료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고 레스토랑 음식 종류를 다양화하는 등 같은 가격에 외국과 다른 서비스로 승부한 것이 주효했다.
국내에서 중저가 호텔 활성화를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해외 브랜드의 영입이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체 브랜드의 개발과 확장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베니키아와 이노스텔 등 중저가 호텔 개발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신규 개관이 아닌 기존 호텔의 브랜드를 변경하는 것이어서 통일된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저가 호텔이 성공하기 위한 또다른 요소는 합리적 가격이다. 단순히 저렴하다는 인식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거하고, 꼭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켜 "실속 있는 호텔"이라는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합리적인 호텔 숙박요금은 산술적인 차원이 아니라 고객의 가치를 최고로 생각하는 경영 이념에서 나옴은 물론이다. 한국에도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중저가 호텔 브랜드가 탄생해 관광한국을 이끄는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한다.
[[국민일보 2008-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