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박문서-이어폰 사용 귀 보호하려면 볼륨 최대까지 높이지 마라
[의술과 인술] 이어폰 사용 귀 보호하려면 볼륨 최대까지 높이지 마라
- 박문서 교수 (의학72/ 26회)/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이비인후과 -
전철에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잘 들으려면 볼륨을 높일 수밖에 없어 매일 장시간 사용하면 청력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귀는 200만년 전 인류 탄생 당시 기껏해야 동물의 울음소리가 전부인 원시 밀림의 환경에 알맞게 유전자가 형성돼 진화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급속한 공업화와 도시화로 인간의 귀가 감내해야 하는 소리 에너지는 최소 1000배 이상 증가했다.
장시간이 아니더라도 큰소리의 음악을 듣게 되면 일시적으로 청력이 떨어진다. 보통 귀가 먹먹한 기분이 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높은 음이 낮은 음보다 귀에 더 해롭고 악기 중에는 타악기의 소리가 가장 쉽게 청력 손실을 일으킨다. 음악의 종류로 따지자면 클래식보다 록(rock)음악이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록 콘서트의 실황 음반을 실제 상황만큼 볼륨을 높여서 들을 때 그 소리의 강도는 110~120dB에 이르기 때문에 이런 소리를 오랫동안 반복해 들으면 영구적인 청력 손실이 올 수 있다. dB은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건강한 청년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의 크기를 0dB로 하여 숫자가 커질수록 큰소리가 된다. 1m 정도 거리에서 서로 대화하는 소리는 65dB 정도이고 세탁기 소음은 78dB, 총성이나 제트기가 날아갈 때의 소음은 140dB 정도에 이른다.
이어폰을 사용할 때 귀를 보호하는 방법은 가능하면 최대 볼륨 근처까지 높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잠깐씩 휴식을 가져야 하고 사용 후 귀가 먹먹하고 이명 증상이 생기면 일단 음악을 더이상 듣지 말아야 한다. 평소에도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한다. 휴대전화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기종은 아니지만 종류에 따라 통화 중 배터리가 다 된 순간 매우 큰소리로 전화불통을 알리는 경고음이 흘러나올 수 있는데, 이 정도의 크기는 단 한 번으로 귀에 회복 불가능한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너무 크게 볼륨 조정을 해놓은 경우, 전화를 받고 큰 소리에 깜짝 놀라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것 역시 귀에 매우 안 좋다.
원래 소음에 의한 귀의 손상은 가랑비에 옷 젖듯 차츰 축적되어 그 장애가 나중에 나타나는 것이니만큼 평소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좋다.
[[경향신문 2008-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