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 남성은 다산(多産) 가능한 여자 선호 여성은 자신 지켜줄 남자 골라


동문기고 김성한 - 남성은 다산(多産) 가능한 여자 선호 여성은 자신 지켜줄 남자 골라

작성일 2009-03-31

[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다윈이 돌아왔다] [11] 다윈과 성(性)

남성은 다산(多産) 가능한 여자 선호 여성은 자신 지켜줄 남자 골라

- 김성한 / 경희대 객원교수·서양철학 -
 
여자 아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 속의 남자 주인공들은 대부분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왕자나 기사들이며, 얼굴이 잘생기고 신체가 건장할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여성에게 극히 헌신적이다. 최근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나오는 F4 또한 동화 속의 남자 주인공과 특징이 그리 다르지 않다. 이런 남성이 여성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찍이 다윈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일정한 기준을 갖는 이유를 진화론을 통해 설명하고자 했다. 그는 어떤 형질이 번식상의 이득을 줌으로써 선택되어 진화되는 현상을 '성 선택(sexual selection)'이라 불렀는데, 그에 따르면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거침으로써 배우자를 선택하는 전형적인 기준을 갖게 되었다.

이와 같은 착상은 오늘날 '유전자 선택' 이론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유전자 선택 이론에 따르면 모든 개체는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존속·번영시킬 수 있는 특징들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이론에 근거해 보았을 때 우리는 남·여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이나 이성과의 성관계에 대한 태도에서 전형적인 차이가 나타나리라 예측해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진화심리학자인 도널드 시먼스(Donald Symons)와 데이빗 버스(David Buss)에 따르면 남성은 젊고 건강해서 다산(多産)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여성을 선호한다. 그들은 피부색이 밝고 머릿결에 윤기가 흐르며 얼굴의 균형이 잡힌 이른바 'S 라인'의 글래머 여성을 선호한다. 또 남성은 가급적 많은 파트너와 성관계를 가지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을 '늑대 근성'이라 부를 수 있다면 남성의 머릿속에는 늑대가 한 마리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늑대는 갇혀 있지만, 감시가 소홀할 경우 언제든지 뛰쳐나올 태세가 되어 있다. 또한 남성들은 배우자의 성에 대한 강한 독점력을 나타낸다. 혼전 순결 규범은 바로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는 남성 중심적 사회의 규범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여성들은 남성과 다르게 신체가 건장하면서 능력을 갖춘,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남성을 선호한다. 또 다수의 파트너들과 성관계를 갖기보다는 선택적으로 관계를 맺으려는 특징을 갖는다. 만약 상대를 가리지 않을 경우 여성의 입장에서는 원하지 않은 상대와의 관계가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건강하지 못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 설령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도 배우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자신의 유전자의 존속·번영을 도모하는 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여성은 성관계를 맺을 때 남성에 비해 훨씬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게 된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여성이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고 해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성욕을 덜 느낀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남녀 모두 성욕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에서 두드러진 차이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성에 대해 진화론적 접근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30년밖에 안 된다. 그러므로 이런 이론은 아직까지 보완해야 할 면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연령이나 개인적 경험, 소속된 집단 등에 따라 어느 정도 다른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데도 여성과 남성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생래적인 성 특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다소 거친 일반화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인간의 성에 대한 진화론적 탐구는 비교적 탄탄한 이론적 배경을 갖추고 있으며, 계속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 분야다. 특히 성은 인간의 여러 특성 중 원초적인 면이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진화론적 탐구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하다. 때문에 이 같은 탐구가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론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더러워진 목욕물을 버리려다 목욕 중인 아이마저도 버려 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2009-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