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최병식-‘블루닷아시아 2009’ 실험·역동성 ‘담장’ 부수다
▲최병식(미교73/ 28회, 모교 미술학부 교수)
“이게 성숙한 작품인가?” 예일대 학생의 작품을 사고 난 후 컬렉터 마이클 오비츠는 다시금 짧게 말했다. “아니다. 하지만 나를 울린다.”
오비츠의 이 한마디는 청년작가들이 갖는 최대의 무기이자 매력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미술시장의 호황을 타고 상당수 청년작가들이 국내외 경매와 아트페어 등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수백점의 작품을 동일한 소재·구도·기법으로 ‘붕어빵’처럼 찍어내듯 남발하면서 열광한 만큼 실망을 안겨주었다.
‘블루닷아시아 2009’는 이른바 뮤지엄, 대안공간 작가와 갤러리, 아트페어 작가의 담장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그동안 이와 같은 조짐은 극히 일부에서 시도되었지만 여전히 실망을 안겨준 ‘붕어빵 작가’들의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청년작가들의 생명과도 같은 실험정신과 역동성이 중국·인도·태국·터키·일본·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작가들의 동시대 트렌드와 연계되면서 순수예술의 가치와 대중성을 접목시킨 새로운 전략이 구사됐다.
117명, 800여점이라는 규모도 그렇지만, 특히 2층에서는 대안공간 풀(서울)·매개공간 미나리(광주)·반지하(대전)·오픈스페이스배(부산)·하이브(청주) 등 대안공간에서 추천된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아트마켓과의 랑데부를 시도해 제3세대들의 잠재된 역량을 재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작품경향은 평면과 영상, 사진, 설치 등이 망라되었으며 중국작가 주아이핑이 보여준 ‘자신의 표준인물화’ 세 점은 놀라운 표현력과 사실성으로 최근 중국작가들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해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또 감각적인 유행사조에 물들지 않고 탄탄한 내공을 쌓으면서 독창성으로 승부를 건 한국작가들 역시 곳곳에서 세계적인 기량을 발휘했다.
중국·인도 등 아시아의 제3세대는 이미 세계미술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황금의 보고이다. 한국의 청년세대들이 과연 이들의 치열한 경쟁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가를 가늠케 하는 이번 ‘블루닷 아시아’는 향후 미술계의 흐름과 전시기획의 방향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최병식 | 경희대 교수·미술평론가>
[2009.6.22 경향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