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식-[글로벌포커스] 위기 이후의 또 다른 위기


동문기고 박윤식-[글로벌포커스] 위기 이후의 또 다른 위기

작성일 2009-06-23
지난 2년간 위세를 떨쳐온 국제 금융위기도 역사상 유례없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파격적인 금융정책과 G20 국가들의 과감한 재정확대로 이제 점차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경제ㆍ금융위기는 1930년대 때 정책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은 덕에 경제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아니라 경제 대불황(Great Recession) 정도로 막을 내리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다.

물론 이번 국제 금융위기도 앞으로 세계 경제질서에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지난 30년간 과도하게 급성장한 금융산업이 상대적으로 크게 위축될 것이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미국 전체 산업계 이익에서 10% 정도를 차지했던 미국 금융회사 총이익이 2007년에는 40%까지 급증했다. 런던 취리히 등 첨단 국제금융센터를 갖고 있는 영국과 스위스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과도한 금융권 수익은 지난 30여 년에 걸친 지속적인 금융규제 완화와 고위험 고수익 선진 금융기법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칠 금융규제 강화와 투명성 제고, 그리고 철저한 위기관리체제 도입 등으로 전 세계 금융산업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위기의 주범이었던 장외거래 (OTC) 파생상품들과 정부 규제를 피해왔던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이른바 `그림자 금융권(Shadow banking system)`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다.

둘째, 중국 일본 한국 등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경상수지 흑자권 국가들과 미국 영국 등 경상수지 적자권 국가들 간 국제 불균형 상태가 더 이상 확대ㆍ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GDP 대비 70%를 차지한 민간소비 중요성 때문에 무절제한 소비 증가는 미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원동력 역할을 하는 순기능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로 미국 민간 총저축액은 작년 1분기 200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에는 22배가 넘는 4530억달러로 급성장하여 가계 저축률이 0%에서 5% 정도로 급성장했다. 앞으로 가계 저축률이 7~8%대에까지 이른다면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수출물량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끝으로 이번 금융위기는 2차 대전 이후 지속돼온 경제 세계화 추세에 심각한 속도조절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2월 80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활성화 긴급 예산 동의 때 미국 의회가 가결한 미국 제품 구매원칙(Buy American)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러 서방국가에서 지금까지 과도한 수입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들을 도입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불황과 급상승하는 미국 가계 저축률로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수출이 부진한 현실에서 `바이 아메리칸` 같은 반세계화적 정서의 확산은 수출에 주로 의지해온 아시아 국가 경제발전 모델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수출이 GDP 대비 11%인 미국과 달리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42%)과 한국(46%), 태국(73%) 등 아시아 국가 경제 환경은 더욱 힘들 것이다. 거기다가 작년 10월 황산화탄소 규제에 관한 유엔 결의안 채택으로 태평양 화물선박 운임의 장기적 폭증 예상으로 미국 다국적 회사들의 국제공급망 감소정책이 현실화하면 국제무역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국제무역량은 세계 경제성장 속도보다 두 배로 팽창해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국가 경제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러나 독일 중국 일본 세계 3대 수출국의 수출물량이 작년에 비해 33%나 감소한 현상이 한국 경제 앞날도 불안하게 만들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박윤식 조지워싱턴대 국제금융학 교수]
매일경제 6월 23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