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오록-김삿갓 시 출간 준비


동문동정 케빈 오록-김삿갓 시 출간 준비

작성일 2009-05-19

▲케빈 오록 (모교 문과대학 명예 교수)

케빈 오록 교수는 아일랜드 출신의 국내 최초 외국인 국문학 박사로 꼽힌다. 그는 1977년부터 우리학교에서 영문학을 30여 년간 가르치며 ‘광장’,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우리 문학작품을 영어로 번역했으며, 그 책의 수만 해도 20권이 훨씬 넘는다.
또한 번역한 시는 신라 향가부터 고려가요, 현대시까지 2000여 수에 달한다. 번역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오록 교수는 번역할 때에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한글과 영어는 운율이 다르기 때문에 한글을 영어로 옮겨놓고 난 후에 한글의 운율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번역을 하고 나면 오랜 기간을 두고 퇴고를 합니다. 볼 때마다 고칠 것이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번역을 하면서 좀 더 작가의 의도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정성이 가득했다.

이러한 케빈 오록 교수의 열정은 김삿갓을 통해 더욱 잘 드러난다. 최근 김삿갓의 시 80수를 번역한 것과 그의 시 세계에 대한 글을 실은 ‘Selected poems of Kimsakkat(가제)’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김삿갓 시 번역은 10년 전부터 시작한 작업이에요. 그는 시에 한자와 한글을 동시에 사용하여 고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의 역할을 합니다.
또 시의 기교적인 면이나 표현력에 있어서 매우 뛰어난 작품이 많습니다."라며 김삿갓을 연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국내에 김삿갓의 시 세계를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 없으며 겨우 연구 논문만 한 편 있을 정도로 그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외국인인 저보다 같은 민족인 한국의 학자들이 김삿갓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연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에 대한 연구를 다른 나라 사람이 간곡하게 바라고 있는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오록 교수는 “요즘 고려시대 고승 혜심 스님의 한시를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며 근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평소에 작업할 때 2~3가지 일을 함께하는 것이 더 잘 된다며 자신만의 작업의 노하우를 살짝 알려줬다.
한 가지 일에 집중력이 떨어지면 다른 일을 진행하고 또 다시 돌아와 보면 아까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어 일의 능률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혜심 스님의 한시 번역 작업과 동시에 다른 책을 출판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제가 외국인으로서 45년간 한국에 살아오면서 느끼고 겪었던 일과 한국 문학을 엮어 체험과 상상이 어우러진 색다른 책을 써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려는 열정은 올 해로 칠순인 그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든다.

끝으로 케빈 오록 교수는 경희인들이 학창 시절의 열정을 살려 다시금 문학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에 관련된 공부만 하면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아요. 문학 작품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정체성을 찾아야 합니다.” 그는 대학생활 동안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지 못하면 무의미할 수 있다며 겉으로의 성공이 아닌 내면의 성공을 강조했다.
한국문학을 깊이 공부함으로써 한국문화와 소통하고 또 이를 외국에 널리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케빈 오록 교수. 그의 뜻처럼 문학이 기계적인 배움이 아닌, 자신을 발견하는 연결고리 되어 그 가치가 보다 많은 이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 발췌: 인터넷 Future 경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