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호원수필-나눔의 축복
나눔의 축복
매년 설이 되면 사람들은 공연히 들뜬 기분이 되어 마음이 분주해진다. 특히 이맘때가 되면 선물을 전해주기도 하고 이웃에 떡과 과일, 그리고 음식을 나누며 풍요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날의 꿈을 그리는 등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과 벗들을 만나 정담을 나누면서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의 복 받기를 기원하는 말을 잊지 않고 한다.
물론 복을 받으라는 인사는 매우 좋은 뜻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복을 받기위해서는 그 자신이 얼마만큼 이 세상을 가치 있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한 번 쯤은 생각해 봄직도 하다. “곡식은 뿌린 대로 거둔다.” 는 말이 있듯이 복을 받으려면 복 받을 만큼 가치 있고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온 갖 못된 짓은 다하면서도 복(福)을 받으려는 것은 너무 지나친 욕심이고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신 분석가이며 사상가인 에리 프롬은 인간을 지칭해 “호모 에스페란스” 라고 말한다. 이는 ‘희망으로 사는 존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인간이란 다른 동물과는 달리 무엇인가 이뤄보겠다는 성취 욕구를 갖고 살아간다.
그런 이유로 인간은 미래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들게 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지나친 과욕으로 인해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커다란 상처만을 가슴에 안고 병든 이 땅에 묻히면서 한(恨)많은 삶을 끝내고 있다.
아울러 사회라는 무대에서 거부 할 수 없는 힘. 고통, 사랑, 희망, 공포, 믿음 등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운명자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인간이란 따뜻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지혜와 지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신묘 년 새해, 이제라도 구태 한 마음을 벗어던지고 변화된 삶을 추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좀 더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자신을 희생하며 이웃을 위해 사랑과 나눔으로 헌신 봉사하는 그런 삶으로 변화됐으면 한다. 진정으로 가난하게 살 줄 아는 지혜가 오히려 이 세상을 따뜻하고 부유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올 한 해는 내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돌아보는 값진 한 해로 만들었으면 한다.
성경에도 바울이 “주는 자가 복이 있다” 며 받는 손 보다 주는 손, 나눔의 손에 하나님의 축복이 있다고 강조 했다. 그 같은 손은 예수님의 손처럼 사랑과 희생으로 얼룩진 손이다. 사실 요즘은 사랑이란 단어가 너무 흔해 빠진 속어처럼 난무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사랑은 하나님이 우리 인간에게 주신 가장 고귀한 삶의 선물이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장 아름답고 영원히 마르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일 것이다. 사랑은 그래서 신비한 것이다. 그런 사랑은 하면 할수록 더욱 깊어지고 강한 힘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제 민족 명절을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가 인성(人性)이 메말라가는 이 시대를 향해 사랑을 회복하기 위한 물줄기가 되어 내 이웃과 뜨거운 온정을 나누는 그런 삶을 추구해보자.
고사(古寺)인 수덕사에서 일체의 세욕(世慾)을 단(斷)하고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한 고(故)일엽(一葉) 스님이 말씀하신 “중생의 쉼이란 어디인가? 마음은 제대로 씻지 못하면서 몸은 깨끗하게 씻어 무엇 하리!” 란 법구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무슨 때만 되면 사회단체 등에 몇 푼짜리 라면 등 선물을 하면서 기념사진이나 찍고 생색내기에 급급한 군상들을 보면 참으로 무안하고 저들에게 부끄럽기까지도 하다. 이 시간이후 혼자만 물질적인 축복을 누리고자 하는 삶에 대한 욕심보다는 그 복을 가난하고 소외된 내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여유를 갖고 사는 삶의 모습으로 변화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예수님 손을 닮은 아내가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에게 나눠줄 흰떡과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으로 신비하고 훗훗한 사랑의 향기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