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봄을 잃은 사람들


동문기고 안호원칼럼-봄을 잃은 사람들

작성일 2010-06-11
언제부터인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봄을 잃어버렸다. 봄을 잃은 것조차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삭막한 마음이 되었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해맑은 봄 햇살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봄은 그렇게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춘삼월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새 봄을 맞이하거나 즐길 경향이 없었다. 처음에는 우리 젊은 장병 46명의 생명을 앗아간 천안함 사태에 말문이 막혔고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의 어수선함 때문에 더 더욱 즐길 여유가 없었던 같다. 그 이후 두 달 넘게 천안함 진실을 놓고 수면의 아래 위에서 벌어진 ‘전쟁이냐, 평화냐’의 지리 한 정치공방전에 놀아나면서 봄날이 가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거기다 지지멸렬한 6.2 지방선거가 계절마저 바뀌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내친 것도 아니련만 봄은 저만치 달아나고 말았다. 지방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선거임에도 불구 대다수 후보들이 마치 나라 임금이나 되는 냥 거대한 공약을 남발하며 천하고 우매하기만 한 백성들을 말로 현혹시킨다.

언제나 “민심에 따르겠다.”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입 버릇처럼 떠벌리지만 정치나 행정에서 그런 것들이 제대로 실천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다수 지도자라는 자들이 백성들은 우매하고 힘이 없다고 생각하며 언제라도 장황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조직적으로 분위기만 잘 엮어 나가면 백성을 속일 수 있다는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치 지도자라면 백성을 하늘 같이 무서운 존재로 여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누구라도 막상 위기에서 벗어나면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권력남용과 거짓을 반복한다. 선거가 끝 난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정치권이나 교육계 비리 등 백성을 속이고 기만한 내용들이 속속 터져 나오고 있다.

귀감이 되어야 할 교육계 공무원, 국가의 법질서를 이끄는 정치인들의 양면성이 노출되면서 그 심각성이 자못 크다. 문득 무소유의 정신을 남기고 세속의 삶을 마감한 법정스님이 생각난다. 그 다비식에서 타오른 장엄한 불길이 이들의 탐심에 어떤 반응을 일으켰을까 자못 궁금하다.

외국어고(高 )와 자율형 사립고를 비판해왔던 서울교육감 당선자가 정작 자기 자녀는 외고에 보냈다. 또 진보성향의 다른 지역 일부 교육감 당선자와 전교조 지부장 출신 교육감 당선자까지도 자녀를 특목고에 보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들이 누군가 유권자에게 특목고와 외국어고를 귀족학교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이들이 아닌가. 이들은 모두 그 죄를 자식들에게 뒤집어 씌우려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백성을 기만하고 속였다는 것이다. 그 행위는 위선으로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많은 백성들이 속은 것이 분하고 안타깝다. 진정한 교육자라고 생각하는 양심이 있으면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물러나야 한다.

평준화 교육도 중요하지만 국가 미래를 위한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외국어고나 특목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오히려 보수 성향의 교육감 당선자중 한 명만이 외국어고를 졸업했다. 특히 진보성향 당선자들이 하나같이 전교조 명단 공개를 꺼리는데 전교조가 무슨 지하조직도 아니고 비밀 결사대도 아니지 않은가.

전교조 가입이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스스로 밝히고 평가를 받는 게 옳다. 발표를 꺼리는 것은 무엇인가 떳떳하지 못해 그런 건 아닌가. 백성들의 알 권리를 감안, 지금이라도 그 동안의 공과에 대해 자신에 대한 신임을 학부모에게 묻겠다는 마음으로 떳떳하게 명단을 자진해서 공개하고 이를 평가한 학부모들이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도리다.

그것이 참 교육을 내세운 전교조의 창립 초심으로 돌아가는 길이자 참 스승으로 존경 받는 길이다. 전교조가 명단을 공개하는 것을 치욕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왜 전교조와 같은 공적 단체가 익명의 편안함에 안주하려는가 묻고 싶다. 그동안 전교조는 시국선언. 전국 학력고사 반대. 계기수업. 성과급반대투쟁. 연가 투쟁 등 모두 실명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규모 교원 노조가 중세기 석공길드에서 시작된 프리메이슨과 같은 비밀 결사체로 숨으려는 것은 비겁한 태도다. 그동안 참교육을 외친 단체라면 떳떳하게 소속원의 이름을 드러내는 것이 당연하다. 자기 이름을 밝히는 것을 꺼릴 정도로 자부심이 없다면 어떻게 참교육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번에도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하고 반미 이념 교육을 시키다 해직된 전교조 분회장 출신 전직 교사가 참교육을 내세우며 교육위원으로 당선됐다. 이때도 다른 경력은 있는데 전교조 분회장 경력은 쓰지 않았다. 왜 일까?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되어버린 것 같아 미래의 한국 학교교육이 걱정 된다.

무상급식 문제도 그렇다 이 문제는 과거 민주당이 집권 여당시절 예산 문제로 보류시킨바 있다. 이런 현안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무조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백성이 나중에 어찌되던 자리만 확보하면 된다는 사고를 가졌다면 이는 백성을 우롱하는 처사이며 기만으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더구나 강원도 도지사 당선자의 경우도 국회의원과 처벌 규정이 다른 것은 판결이 나기 전 ‘감옥 결재’를 막기 위해 여.야 가 합의하에 제정한 법인데 지금에 와서 국회의원과 형평성이 안 맞는다는 등 지지한 유권자를 보아 선처를 부탁하는 청원이 올라오는데 이것이야 말로 범법자라도 선출만 되면 특혜를 받고 용서를 받는단 말인가.

모든이에게는 법이 평등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법대로 하면 된다. 잘못된 것을 정당화 하려는 것은 법에 대한 도전이며 월권이다. 이 부분도 민주당은 분명하게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특히 지방 선거 후 정치권과 교육계가 포퓰리즘이 더욱 극성을 부릴 것 같은 조짐을 보이면서 여당 마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포퓰리즘에 빠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지금이라도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최근 국가부도 위기에 빠진 그리스처럼 될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자명하다. 소 잃고 외양간 마저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백성을 중심으로 지도자들이 교원평가제와 마찬가지로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누가 거짓된 자인가를 평가하는 매니페스트(Manifesto)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자. 높이 나는 새는 몸을 가볍게 하기위해 많은 것을 버린다. 심지어 뼈 속까지 비워야 한다. 무심히 하늘을 나는 새 한마리가 인간에게 가르치는 교훈이다.
당선자들이 이 교훈을 명심하되 자신에게 보낸 지지율보다 반대와 투표하지 않은 비율이 더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공(公)과 사(私)'를 구분. 경거망동한 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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