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이 땅에 회오리바람이 불어온다.


동문기고 안호원칼럼-이 땅에 회오리바람이 불어온다.

작성일 2010-06-05
간밤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피말리는 접전 속에 한국의 역사가 뒤바뀌는데도 아침에 떠오른 태양은 여전히 밝기만 하고 출근길 차량들의 모습도 평온하기만 하다.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처럼 꼭 정의가 이기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더 더욱이 다수의 원칙을 내세우는 민주국가에서는 말이다. 이번 6.2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새삼 느끼는 감정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조직적인 다수의 힘이 얼마나 큰 지를 또 한번 실감하게 됐다.

패자와 승자의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집권 하반기 국정운영에 커다란 차질을 빚게 됐다. 현 정부의 안보 및 교육정책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광역단체장을 비롯한 친 전교조 진보세력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대거 당선되면서 향후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율과 경쟁으로 요약되는 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진보 세력으로 인한 국가안보와 교육이 정치화 되면서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국민과 학생들에게 넘겨질 것이 우려된다.

이번에도 노풍(노무현 바람)이 불던 2002년 대선 당시 문자 메시지가 진보 성향의 젊은 유권자를 결집시킨 것처럼 2010년엔 스마트폰과 트위터가 막판에 야권에 지지표를 몰아주면서 선거 판세를 바꾸어 버렸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반대로 한나라당의 경우 천안함 피격 사건의 역풍이 젊은 층으로 불면서 예상을 뒤엎었다. 그 여파로 정책 공약이 빈약한 민주당이 어부지리로 압도적 승리를 했다. 민의에 따라 선택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국제사회는 대부분 천안함 합동조사 결과를 인정하고 중립국인 스웨덴까지 참가하고 최근에는 러시아 조사단이 내한했고, 또 중국 원자바오 총리조차 한국의 공동조사를 매우 중시한다고 밝혔음에도 우리 국민의 28%가 여전히 천안함 조사결과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어느 후보가 낙선과 관련,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있겠는가? 라는 말을 한 것처럼 누구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얼마나 현 정권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었으면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과학적인 근거가 정치적 언어로 난도질 당하면 완벽한 증거물과 국제사회의 상식도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야당이 현 정권이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했다며 호도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장병들의 비참한 희생을 무위로 돌릴 수 있는 포퓰리즘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단호한 대북조치는 민주당, 야당이 반대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이번 계기를 통해 적극 지지해야 옳다. 특히 국가안보 문제가 선거결과의 정치적 파장에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 평화가 지속되면서 분단국가인 우리의 안보 정서가 너무 해이해졌다.

또한 주적의 개념이 과거 정권에 의해 사라지면서 군(軍)의 기강마저도 해이해지고 긴장감도 없어졌다. 이런 정신 상태에서 어떻게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안타까운 것은 일부 지식인들까지 나서 안보를 진실게임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서해바다를 지키다 목숨을 바친 46 용사들의 거룩한 뜻을 받들 호국의지도, 대한민국을 외부의 호전적 집단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안보의지도 없다. 오직 권력다툼 정쟁에만 매달려 진실을 왜곡하는 저들을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장을 찍고 책임을 저버린 채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선 교육현장이 상반된 교육정책의 충돌로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 경기 등에서 친 전교조 진보성향 인사들이 대거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는 교원평가제는 물론 자율형 사립고 확대나 학력진단 평가실시와 결과 공개 등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와는 달리 일선 교육현장이 이념과 정치적인 대립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

정치는 이상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에게 철학은 중요하지만 정론을 뺨칠 정도로 거짓이 힘을 얻고 있고 일부 지식인들조차 거짓의 힘을 키우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교육정책에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없음에도 불구, 정부와 교육감들의 대립과 갈등으로 대한민국 교육정책에 엄청난 혼란을 겪으며 퇴보할 수 있는 기로에 서게 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대립은 결국 일선 학교현장의 교육 파행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뿐이다. 특히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 경기 등이 정부 정책과 색깔이 다른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이 당선되어 교육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경기도의 경우 무상급식에 관한 예산을 도 교육위원과 도 의원들이 번번히 전액 삭감해 일부 농어촌 지역에서만 실시되었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 다수의 유권자의 뜻을 헤아려 신념만을 앞세워 학교현장까지 대결장이나 실험장으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보수 진영이 과학과 공조를 내세우는 반면, 진보진영은 비과학적 가설에 기대고 국제적 흐름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구도가 굳어지면 진보진영은 얼마 못 가 밑천이 바닥난다. 무덤 속의 마르크스가 통탄할 일이다.

이런 정서라면 이 땅에 공산당도 창당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자칫 안보의식 결여로 인해 지금은 이름마저도 잊혀진 월남 꼴이 날까 걱정된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