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잃어버린밥상문화


동문기고 안호원칼럼-잃어버린밥상문화

작성일 2010-05-13
5월은 가정과 가족에 대해 깊은 애정의 생각을 지니게 하는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과 연관된 특별한 날들이 많다. 모두 소중한 날들이고 의미가 있는 날들이기도 하다. 이맘때만 되면 교회와 단체 그리고 곳곳에서 가정의 달에 대한 풍성한 행사를 진행한다.

국어사전에 보면 가정(Home)은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 조직체로 되어있고 가족(Family)은 한 집의 구성원으로 되어있다. 사실 가정은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루게 되고 가족은 한 가정의 일원이 된다. 그래서 가정은 혈연과 혼인관계 등으로 한 집안을 이룬 사람들의 집단이며 작은 조직체가 된다. 다시 말해 그 집단의 구성원은 어버이와 자식. 형제. 자매와 부부 등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이해관계나 뜻을 같이 하여 맺어진 사람들을 비유해 이루는 말로 가족이란 호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성서의 세계에서는 결혼은 가부장제, 즉 부친 중심 제였기 때문에 가족은 결혼과 친족관계에 의해 형성되고 또 아버지의 권위에 의해 다스려지는 인간 공동체였다. 그래서 가족은 그곳의 구심적이고 지배적인 인물인 아버지를 중심으로 단합되었으며 당연하게 아버지의 권위가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언제부터인가 산업화 시대를 맞이하고 대가족이 핵가족화 됨에 따라 가족의 범위가 축소되면서 아버지의 권위는 실추되고 가족의 의미마저 희석 되어버렸다. 밥상 문화가 이 땅에서 산업화 바람에 의해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가정의 위계질서는 ‘효’라는 덕행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십계명 중 ‘부모를 공경하라’ 는 하나님께서 가정에서 ‘효’를 얼마나 중요시하고 계신가를 절실하게 보여주는 계명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기초가 되는 부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하나님의 법에 순종하고 실천하는 모습처럼 자녀교육이나 가정 행복에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정과 가족은 이 사회를 형성하는 가장 작은 공동체이며 조직이다. 결국은 아름다운 가정 공동체가 모여 아름다운 사회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아름다운 사회공동체가 이루어지려면 각 가정과 가족들이 바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과 가족 그리고 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른 가정교육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윤리적인 가치관을 심어주고 그 같은 가정교육을 통해 오늘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가족 모두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베풀고 또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랑의 삶을 영위 할 때 밝은 가정과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대가족시대는 모든 가족들이 밥상을 둘러싸고 함께 식사를 했다. 그래서 윗어른을 섬길 줄도 알았고 형제자매와의 나눔과 베풂을 알고 또 가족에게 배려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웃까지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핵가족화가 되면서부터 밥상문화는 사라지고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어졌다.

가족들 역시 아빠 따로, 나 따로, 엄마 따로 식의 식사문화가 되다보니 나눔의 즐거움도 모르고 어른도 섬길 줄 모른다. 자기 자식은 애지중지하게 여기고 쩔쩔매면서도 부모의 잘못을 나무라며 부모를 교육을 시키려든다. 부모덕에 모두가 똑똑해졌다고 무식한 부모를 무시하려고 든다. 한 마디로 가정교육이 잘못되면서 가장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버린 지 오래고 사회는 이기주의자들이 득실거리는 아주 살벌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내게 득이 되지 않으면 부모도 필요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가정이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최초의 사회집단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된 채 잠만 자는 곳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가족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할 가장인 아버지는 그 고유의 권한을 시간의 이유를 들어 어머니에게 위임하며 무능한 가장이 된지도 오래 되었고 또 그 소중한 권한을 위임 받은 어머니마저 힘들고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학원으로 그 권한을 넘겨버리고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

학원은 황금만능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자녀들에게 인격수양보다는 어떻게 하든 성공을 해야 잘 살 수 있다는 지식과 법만을 가르친다. 다시 말해 다양한 생각이나 그 과정을 중요시하기보다 성공의 결과만 보게 한다. 이런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아이들이기에 성년이 되어 사회에 나와도 ‘다름’을 인정치 않고 자기중심에서 이기적인 사고를 갖고 남을 배려 할 줄 모르는 마음으로 사는 불행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다름’ 을 인정 할 때 ‘평화로움’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와 다르면 모든 게 틀린다는 인식 때문에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니 이 사회가 점점 더 흉흉해지고 지옥과 같은 세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가정의 올바른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가지고 있는 그 고유한 교육의 권한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가정은 작은 사회조직이기도 하지만 교회다. 그리고 나아가 부모와 자식이 모여 사는 곳이다.

진정한 가정은 가족들이 집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그리고 편히 쉬면서 머물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가정이란 삶을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삶을 마감할 때까지 머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족 간에 인정을 받지 못하고 웬만하면 들어가기 싫어하는 곳이 된다면 그것은 가정이 아니라 집구석이 될 수밖에 없다. 가족은 속상한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고 상대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고 서로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나의 말을 들어주고 알아줄 줄도 알 때 그 가족을 그리워하게 되고 존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가족이 있는 가정은 좋은 가정, 행복한 가정이라 말 할 수 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면 우선 부부가 하나가 될 수 있게 하신 하나님과 육신의 부모가 있음으로 가정이 이루어졌음에 감사해야 한다.

아울러 부부의 사랑은 어린 감람나무 같은 자식을 향한 사랑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자녀를 주시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를 향한 주님의 꿈을 바라보는 일에 초점을 둘 때 가정의 행복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또한 자녀는 부모가 윗어른들을 어떻게 섬기는지 보고 배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녀들은 그렇게 보고 배운 대로 자기 부모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며칠 전 TV특집에서 호화로운 요양소에 있는 노인이 “이제 자식 얼굴 보는 건 포기했지만 그래도 때가 되면 손자들이 그립다며 목소리라도 듣고 싶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과연 그 자식들은 그 부모에게서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지 못하는 그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하나님이 만드신 최초의 사회, 그 가정이 올바른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게 된다면 우리는 굳이 매년 5월 한 달을 가정의 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