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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소비대국' 중국을 다시 보라
▲전병서(모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빚의 슈퍼사이클에 갇혀버린 유럽은 미국이 한 짓을 흉내 내어 돈을 찍어 위기를 모면하고 싶지만 느슨한 단일 통화체계만 있고 재정통일은 없어서 공짜로 소 잡아 먹으면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갑론을박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줄줄이 유럽국가들의 신용등급을 내렸지만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빚을 줄일 생각은 않고 신용평가사들만 나무라고 있다.
미국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연말에 반등한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를 액면대로 믿기 어렵다. 위기가 끝난 것이면 좋겠는데 아킬레스건인 부동산가격은 여전히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 연말에 소비가 살아나는 듯이 보였지만 저축률이 다시 떨어지고 있다. 7%대까지 올라갔던 저축률이 다시 3.5%까지 떨어졌다. 살기 힘들어 다시 저축한 돈을 써버리는 것이다.
미국경제 활력의 간접지표인 자동차용 석유소비와 철도의 화물운송량도 하락추세다. 빚의 홍수 때문에 예산이 거덜나 국방예산마저 줄여야 할 판인 나라에서 다시 중동과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수출에 의존하던 중국도 타격이 크다. 그래서 중국은 수출에 기댄 성장의 꿈은 접었다. 중국도 고민이 많다. 최근 3년간 부동산투자와 정부지출로 GDP를 9% 이상으로 끌어 올렸지만 돈을 너무 많이 풀었다. GDP대비 M2의 비중이 1.8이나 된다. 1년 내내 돈 단속을 해 통화량을 30%에서 13%대까지 낮추었지만 여전히 인플레 압력이 크다. 중국은 지금 돈 풀어 경기 부양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GDP는 9%성장하는데 재정수입은 20%씩 거두어들이는 나라다. 그리고 가계의 저축률이 50%가 넘는다. 중국은 정부지출을 민간지출로 돌리고 민간의 저축을 5%만 낮추면 GDP가 2∼3% 높아진다는 답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2012년에 중국은 내수중심 성장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최저임금제 도입, 3번째 고용 시는 종신고용을 의무화하고, 5대 사회보험을 기업이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했고 최저임금을 5년 내 두 배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2012년 들어서는 세금이란 세금은 모두 깎아 주는 정책을 쓰고 있다. 금년부터 연중 1달을 소비촉진의 달로 지정해 국민들의 소비를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중국을 생산기지로 생각하고 들어온 외자기업들은 임금상승으로 죽을 지경이지만 소비시장으로 보고 들어온 기업들은 대박이다. 임금인상과 사회보장제도의 확립은 바로 구매력의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의 소비력이 장난 아니다. 중국은 작년에 1000만 채의 집을 착공했고 1850만대의 차를 샀다. 차를 사고 나면 모피코트와 와인이 팔린다. 중국언론은 매년 영업이익률이 40%가 넘어가는 10대 폭리산업을 발표하는데 2011년 상위 6대 산업을 보면 화장품, 일용품, 음료, 백주, 의약, 보건식품 순이다. 이젠 먹고, 쓰고, 바르는 것이 중국의 '신 소비'다. 중국은 작년에 해외여행을 한 사람이 6500만 명이었고 전세계 면세점의 명품 60%이상을 구매해 갔다. 지금 중국은 세계 명품시장의 2대 소비국이다. 중국은 세계최고의 명차 롤스로이스를 연간 200대 이상 구매하는 나라다.
중국은 "주(酒)테크", "화(畵)테크"시대가 열렸다. 홍콩 와인경매에서, 샤토 로스차일드 25병이 55만달러, 한화 6.5억원에 중국인에게 낙찰됐다. 2011년 4월, 중국 구이양, 1992년산 한디마오타이 10병이 한화 15억원에 팔렸다. 중국인 화가 지바이스(齊白石)의 그림이 한화 718억원 낙찰됐고 장다첸(張大千)의 작품이 홍콩에서 264억원에 낙찰됐다. 중국의 2011년 세계미술품시장 점유율은 39%로 미국의 25%를 넘어섰다.
2012년은 유로연맹이 깨지는 소리가 나고 미국은 디레버리징으로 축소지향형의 경제로 가는 원년이지만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재탄생 하는 원년이다. 강대국 중 소비의 비중이 50%가 안 되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다. 30년간 허리띠를 졸라매 돈을 번 대국 중국이 전대를 풀기 시작했다. 차화정으로 재미 보았던 한국, 이젠 브랜드와 명품에 맛들인 중국의 신 소비의 추세에 어떻게 올라탈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2012. 1. 16 머니투데이]